계약금을 냈는데 비환급이 된다는 통보를 받으면 황당하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계약금이 무조건 되돌려오는 게 아니다. 계약금의 성격(선금·계약보증금·기타)에 따라, 그리고 누가 계약을 깼는지에 따라 환급 가능성이 완전히 달라진다. 직접 해보니 준비 없이 덤비면 증거가 부족해 소송에서 지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계약금 비환급 상황에서 실제로 환급받을 수 있는 법적 방법과 소송까지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정리했다.
계약금 비환급, 왜 되는가?
계약금은 사실 "선금"과 "계약금"이 다르다. 선금은 상품 값의 일부를 미리 내는 것—이건 대체로 반환된다. 반면 계약금(또는 보증금)은 계약 성립 증거이자, 계약을 위반했을 때 상대방이 가져가는 성질이 있다.
비환급이 되는 주요 경우는 이렇다.
- 내가 계약을 깼을 때: 집값이 떨어져서 집 사기 계약을 취소하거나, 업체와의 시공 계약을 일방 취소한 경우. 이 경우 상대방은 계약금을 가져간다(민법 110조).
- 쌍방 합의로 계약이 깨졌을 때: 어느 한쪽 책임이 아니어도 "계약금은 환급 안 한다"는 조항이 있으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 상대방이 계약을 깼지만 피해 액수가 애매할 때: 상대방이 시공을 안 했는데 손해배상액을 정하기 어려우면, 계약금 범위 내에서 손해로 인정될 수 있다.
핵심은 계약서의 문구다. 계약서에 "계약금은 선금 성격이며 공사 끝에 청구액에서 공제" 라고 명시되면 선금이고, "계약금은 환급 불가" 라고 명시되면 법원도 그걸 존중한다.
비환급 통보 받았을 때 첫 대응
소송은 나중 얘기고, 먼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소송에서 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그때 뭐라고 했는데..." 하고 구두로 주장하는 것이다.
확보해야 할 증거:
- 계약서 원본(또는 사본) — 계약금의 성격이 뭐라고 쓰였는지
- 계약금 이체 증거 — 통장 이체 내역, 입금확인증, 현금 영수증(영수증이 있다면)
- 메시지·이메일 — "계약금은 환급된다고 했는데" 하는 상대방의 약속 메시지
- 상대방의 비환급 통보 기록 — 이메일, 문자, 우편
- 그 외 계약 관련 대화기록 — 카톡, 이메일 모두
직접 겪으면서 느낀 건데, 상대방이 "계약금은 비환급"이라고 말했어도 계약서에 선금이라고 되어 있으면 뒤집을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계약서에 "비환급"이라고 명시되어도 상대방이 "그건 실수고 실제론 환급하기로 했다"는 메시지가 있으면 법원에서 참작한다.
환급받는 실제 절차
1단계: 직접 협상 (1~2주)
변호사 없이 먼저 상대방에게 "환급 요청 내용증명"을 보낸다. 현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에서 발송하는 공식 편지로, 보낸 사실과 날짜가 증명된다. "OO년 OO월 OO일까지 환급하지 않으면 소송 제기" 정도로 쓴다.
이 단계에서 상대방이 응한다면 합의서를 쓰고 환급받는다. 합의서는 "상호 다른 이의 없이"라는 문구가 중요하다.
2단계: 조정 신청 (1~2개월)
협상이 안 되면 법원 조정을 신청한다. 서울중앙지법(또는 거주지 법원) 민사조정실에 가서 "조정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수수료는 5만 원 정도. 법원이 중재인을 붙여줘서 중간에서 합의를 시도한다.
이 단계에서도 합의하면 "조정조서"가 나오고, 이건 판결만큼 효력이 있다.
3단계: 소송 (3~6개월, 길면 1년)
조정이 안 되면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
- 계약금 비환급 소송은 대체로 소액사건(3000만 원 이하)이다. 소액사건이면 1심만 진행되고 항소가 없다(단, 조건 있음).
- 변호사 선임료는 사건액의 5~10% 정도. 계약금이 1000만 원이면 변호사비 50~100만 원.
- 법원이 인정하는 범위까지만 받는다. 계약금 전액은 아닐 수 있다.
직접 경험한 사건을 보면, 계약금 1500만 원을 놓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계약서에는 선금이라고 했지만, 상대방의 채팅에서 '이건 보증금'이라고 명시했으니 일부 환급 가능"이라고 판결한 경우도 있다. 즉, 계약서 문구만 아니라 전체 맥락을 본다.
소송 가능성과 현실적 문제들
언제 이기나?
법원이 환급을 인정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①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선금"이고 "계약금은 청구액에서 공제"라고 쓰여 있거나, ② 상대방이 먼저 계약을 깼을 때(예: 공사 미완수, 서비스 제공 거절).
반대로 지기 쉬운 경우는 ① 내가 먼저 계약을 취소했고, ② 계약서에 비환급이 명시되어 있고, ③ 상대방의 책임을 입증하지 못할 때다.
비용과 시간:
소송까지 가면 변호사비, 법원 수수료, 소송 기간 등을 감수해야 한다. 계약금이 작으면 (500만 원 이하) 변호사비 + 시간을 생각하면 합의가 나을 수도 있다.
합의금이 몇 %인가?
상대방도 소송을 피하고 싶으면, 보통 계약금의 30~70% 정도를 선제적으로 제시한다. 법원 판결을 받으면 100% 또는 0%가 되지만, 불확실성이 있으니 그 중간쯤에서 합의하는 식이다.
체크리스트: 지금 해야 할 것
- 계약서 원본과 계약금 이체 증거 확보했는가?
- 상대방과의 메시지·이메일 전부 저장했는가? (휴대폰 삭제 말 것)
- 계약서에서 "선금"과 "환급 불가" 중 뭐라고 쓰였는지 확인했는가?
- 비환급 통보를 받은 시점과 내용을 기록했는가?
- 내가 먼저 계약을 깼는지, 상대방이 깼는지 명확히 했는가?
- 내용증명을 보낼 준비를 했는가? (우체국 방문 또는 온라인)
- 변호사 무료 상담을 받아봤는가? (많은 로펌이 첫 15분 무료)
계약금 비환급은 결국 "증거"와 "합의 타이밍"이 관건이다. 증거가 명확하면 상대방도 변론의 여지가 없고, 합의도 빠르다. 반대로 구두 약속만 있으면 아무리 맞아도 입증이 어렵다. 지금이라도 증거를 모아두고, 필요하면 변호사와 상담해서 다음 단계를 밟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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