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화학요법을 받으려고 암보험 서류를 꺼내본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진단금은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 진단금은 맞는데, 실제로 항암 약제 비용이 얼마나 보장되는지는 별개다. 보험사마다 다르고, 약의 종류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다. 사실은 항암제 자체 비용은 암보험이 직접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이 보조하는 기본약제는 괜찮지만, 신약이나 선택약제는 환자가 상당액을 부담해야 한다.
암보험 항암 치료 보장, 어디까지 나올까?
암보험의 항암 치료 보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는 암 진단금(수천만 원 수준), 둘째는 입원비와 외래 진료비(입원 시 일당 수십만 원, 외래 재료비·검사비 일부), 셋째는... 약제비인데, 이 부분이 가장 헷갈린다.
대부분 암보험은 약제비를 "진료"의 일부로만 취급한다. 즉, 약을 주사할 때의 진료비(간호비, 의료진 비용)는 보험이 내지만, 약 자체의 비용은 건강보험이 먼저 결정한다. 건강보험이 "기본약제"로 인정해야 보험사도 일정 비율로 보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함정이 생긴다. 신약이나 첫 선택약(first-line agent)이 여럿 있을 때, 의사와 환자가 약효나 부작용이 좋다고 판단해서 "선택약제"를 고르면, 그 차액은 환자가 100% 내야 한다.
선택약제 때문에 항암비가 폭증한다
예를 들어, 폐암 항암제 중 기본약제인 화학요법 약은 월 300만 원 선후다. 건강보험이 80%, 환자가 20% 부담이면 환자 부담액은 60만 원 정도. 하지만 같은 적응증을 가진 신약 표적항암제(PD-L1 억제제 등)는 월 800만 원을 넘는다. 건강보험이 일부를 보조해도 환자 부담은 월 300~500만 원대가 될 수 있다. 12사이클(1년)을 받으면 3000~6000만 원의 추가 비용이 생긴다는 뜻이다.
암보험도 이 차액을 모두 내지 않는다. 보험사 상품에 따라 선택약제 비율을 정해두는데, 보통 30~50% 수준이다. 즉, 600만 원 차이 나는 약제를 선택해도 보험은 200~300만 원만 보조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직접 낸다.
암보험 약관을 꼼꼼히 읽으면 "급여약제" "비급여약제" 같은 표현이 나온다. 이것도 시시각각 바뀐다. 새로운 약이 건강보험 급여에 인정되면 갑자기 환자 부담이 확 줄어든다. 반대로, 처음 선택약제가 나중에 기본약제로 바뀌면 처음엔 다 내고 나중엔 보험이 낸 셈이 된다.
실제 항암비 줄이는 방법 3가지
1. 처음부터 보험 보장 약제를 선택하기
의사와 상담할 때 "보험사에서 보장하는 약제 중에 우리한테 맞는 게 있나요?" 하고 물어보는 것이 좋다. 약효가 거의 같으면 환자 부담이 적은 약제를 선택해서 나쁠 게 없다. 만약 신약이 정말 꼭 필요하다면? 그럼 의료진이 그 이유를 환자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2. 건강보험 환자보조금제도 신청
월 진료비(검사·약·입원 등)가 200만 원을 넘으면, 건강보험에서 연간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항암 환자는 거의 다 해당된다. 병원 원무과에 신청서를 내면 되는데, 대부분의 큰 병원은 이미 안내해 준다. 혹시 모르니 병원에 물어보자.
3. 제약사 환자보조금 프로그램
신약을 만드는 제약사들은 대부분 환자 부담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월 소정의 비용(또는 무료)으로 약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의사나 약사에게 "이 약의 환자 프로그램이 있나요?" 하고 물어보면 된다. 처음엔 비싼 신약이 6개월 이후 거의 무료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많다.
당신이 꼭 확인할 체크리스트
- 내 암보험에 "항암 화학요법비" 특약이 있는가?
- 약제비 보장 범위가 급여약제인가, 선택약제까지 보는가?
- 진단받은 암 종류와 치료 약제를 보험사에 미리 문의해 봤는가?
- 건강보험 환자보조금 신청을 했는가?
- 처방하려는 약의 제약사 지원 프로그램을 확인했는가?
항암 화학요법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암보험만으로는 부족하다. 건강보험 지원 + 제약사 프로그램 + 보험 보장을 모두 활용해야 한다. 진단받은 직후 병원 원무과·약사와 이 모든 옵션을 상담한 후 치료 계획을 세우면, 나중에 청구서를 받을 때 놀라는 일이 훨씬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