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쓰지 않고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게 되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다. 친구나 가족, 아는 사람에게 믿고 건넸던 그 돈이 돌아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계약서 없이도 차용금 회수는 법적으로 가능하다. 핵심은 증거를 얼마나 잘 남겨 두었느냐다.
계약서 없는 금전차용, 법원에서 인정받으려면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해서 돈을 빌려준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민법 589조는 '차용물을 반환할 채무'를 명시하고 있고, 이는 구두 계약으로도 성립한다.
문제는 증거다. 법원은 "정말로 빌려줬는가"를 증명할 자료를 요구한다. 계약서가 없다면 주고받은 돈의 흐름, 상환 요청 기록, 상대방의 인정 등이 증거가 된다. 카톡 대화도 증거로 인정되고, 통장 입금 내역도 마찬가지다.
실제 판례를 보면, 차용인이 일부 상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차용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한 푼도 안 돌려받으면 상황이 까다로워지긴 하지만, 준비를 잘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빌려준 돈 회수 전 꼭 하세요 — 증거 3가지
1) 문자·카톡 기록 남기기
돈을 빌려줄 때 상대에게 "언제 얼마를 빌려줬다"는 내용을 문자나 카톡으로 보내야 한다. "OOO님께 2026년 3월 15일 500만원을 빌려드렸습니다. 6월 30일까지 상환 부탁드립니다" 같은 문장이 나중에 엄청난 무기가 된다. 상대방이 "알겠습니다"라고 답장해 주면 더욱 좋다.
2) 입금 내역·통장 사본 챙기기
계좌이체로 돈을 보냈다면 그 기록이 최고의 증거다. 통장 사본을 프린트하거나 캡처해 둬야 한다. 상대방이 나중에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도 입금 내역이 남아 있으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3) 상환 촉구 기록
"아직 못 돌려받으셨나요?", "언제쯤 줄 수 있으세요?" 같은 메시지를 여러 번 보낸 기록도 중요한 증거다. "정말로 돈을 빌려줬다"는 간접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상대가 "다음 달에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하면 더욱 유리해진다.
계약 없이 돈 못 받을 때 — 소송 절차 두 가지
3000만원 이하: 소액사건 청구
청구 금액이 3000만원 이하면 소액사건으로 진행하면 된다. 준비 서면이 적게 필요하고, 판결까지 보통 3~4개월이면 충분하다. 인지료는 약 50만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소액사건은 1심 판결로 끝난다. 법원이 한 번에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증거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3000만원 초과: 민사 소송
금액이 크면 일반 민사소송으로 진행한다. 이 경우 1심, 항소심, 상고심 3단계를 거칠 수 있고, 소요 기간은 1년에서 3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소장(소송장)에는 청구 원인, 증거, 계산서를 붙여야 한다. "000년 000월 000일 피고에게 금 OOO원을 차용금으로 지급했다"는 식으로 명확히 기술해야 한다. 변호사 도움을 받으면 훨씬 수월하다.
판결을 받았는데도 돈이 안 들어오면?
법원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OOO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어도,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돈을 주지 않으면 끝이 아니다. 이때 강제집행을 신청해야 한다.
강제집행은 법원이 직접 상대방의 재산을 압류해서 돈을 받아주는 절차다. 통장, 급여,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상대방이 자산이 거의 없으면 회수가 어렵다. 강제집행에 드는 비용(집행관 비용, 변호사비 등)도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강제집행이 50~60% 정도만 성공한다고 봐야 한다. 상대가 돈이 정말 없으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소송 전에 — 합의서로 마무리하는 방법
소송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든다. 만약 상대방이 "다음 달에 조금씩 주겠다"고 한다면, 그걸 믿기 전에 반드시 합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합의서에는 상환 일정, 분할 금액, 만약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예: 즉시 소송)를 명시한다. 쌍방이 서명하고 도장을 찍으면 법적 효력이 생긴다.
상대방이 "굳이 합의서까지?" 하고 거부한다면, 그건 진심으로 줄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그럴 때는 소송으로 가는 게 낫다. 합의서 하나가 나중에 분쟁이 생길 때 당신을 보호해 준다.
체크리스트 — 지금 바로 확인하세요
- 돈을 빌려줄 때 카톡·문자로 기록을 남겼는가?
- 입금 내역·통장 사본을 보관해 두었는가?
- 상환 요청 메시지를 여러 번 보냈는가?
- 상대방의 답장(인정, 상환 약속)을 캡처해 둔 건가?
- 청구 금액이 3000만원 이하인가, 초과인가?
- 소송 전 합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펴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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